풀과 생각
이병일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란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조용히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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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생각 없이 자라고, 소와 말도 생각 없이 잘 자란다. 그런데 시인은 왜 부르짖느냐 말이다. 왜 고개를 높이 쳐드냐 말이다. 조용히 부르짖는 그 음절이 모여 시가 되었을까 아니면 그저 행간 사이로 흝어졌을까…
이병일 시인은 2007년 계간지 《문학수첩》 신인상에 「가뭄」 외 4편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시집 『옆구리의 발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