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군 주적은 남자 동료”…군대 성폭력 보고서 지적

캐나다 병사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캐나다 여군들은 적군이 아닌 남성 동료들에 의해 더 큰 해를 입고 있다는 보고서가 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이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애니타 내넌드 캐나다 국방부 장관과 루이스 아버 전 캐나다 대법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04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캐나다군(CAF)이 수년 동안 여성 혐오와 차별, 성폭력, 특히 여군들이 많이 겪는 트라우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버 전 대법관은 “캐나다 군대에서는 일부 병사들이 일상적으로 적이 아닌 동료들로부터 위해를 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해군 예비역인 돈 매클모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9살 때인 1992년 캐나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중 남성 동료 병사에게 성폭력을 당했으며, 당시 다른 남성 동료 한 명이 옆에서 낄낄대며 쳐다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매클모일은 “내가 이를 문제 삼자 동료 남성들은 남성 전용층을 침범했다며 국가방위법 위반을 문제로 삼았다”며 자신은 그곳으로 끌려갔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일어난 이듬해 전역한 그녀는 성폭행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면서도 군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해 왔다.

매클모일은 이번 보고서가 폭력과 학대의 의미를 희석하는 ‘성적 비행'(sexual misconduct)이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군대 내부의 성폭행 사건을 민간 법정에서 처리하도록 권고한 점을 환영했다.

그는 다만 일반 경찰이나 민간 법원이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폭행 혐의가 재판까지 가는 비율은 고작 10건에 1건 정도로 낮은데다, 경찰 내 성폭력 문제까지 고려하면 민간 법정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소령으로 제대한 도나 밴 뢰즈던 리귀델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며 맥클모일의 우려에 동조했다.

리귀델은 “군이 성폭력 문제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범들을 군대로 끌어들인 책임을 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군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피해자인 여군이 “강간을 당하지 않도록” 제대로 처신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군 내 성폭력 문제에 시달려 왔으며 이번 보고서는 이 같은 고질을 해결하려는 세 번째 주요 보고서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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