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꽃 분서(焚書)

칸나꽃 분서(焚書)

신미나

절명을 꿈꾼들 저 꽃 같이는 심장을 내걸 수 없었네

계절은 매번 色 다른 변절을 꿈꾸어 왔으므로

이제 나를 거쳐 간 연애는 미신이 되었다

돌아본들 유산 후에 돋는 입덧 같은 것이었나

꽃 진 자리 火氣가 남아 피 더운 까닭은

용서하라, 눈 매워 혈서 한 잎 흘려 쓰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그대, 한 올 그림자마저 내우고 높이 떠나라

이 여름 다 가고 붉은 두근거림 마저 지면

당신 눈짓과 살내를 곁에 두고 오래 잊을 것이라

화대처럼 받아든 이 시간에 불붙이고

연기도 없이 紙燈 타는 소리를 나는 듣고 있을 것이라

  

         얼마나 그 여름의 사랑이 아프고 뜨거웠으면 칸나가 지고 난 자리에도  불기가 남는단다.  시인이 사랑을 장사지내는 방법은 화장이다.  그 연기에 눈이 맵다고한다.  독자는 끝이 열려있는마지막 연에서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신민아 시인은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