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뜰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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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의 뜰 안에

 

김수영

 

초봄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 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내 이마에 신약처럼 생긋하다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조無才操와 사기詐欺라고
하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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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중에서 그나마 사회비판의 목소리가 덜하고 사소한 개인적 풍경으로 시작하는 시 한편 골라본다.

양계를 했던 시인이 초봄의 뜰에서 바라보는 가족과 스스로 떨쳐내지 못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이 시에 배치하며 ‘나의 정신은’ 춥다고 투덜거린다. 물론 원망은 신에게 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