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우거진골에

청초 우거진골에

임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 어듸 두고 백골(白骨) 무쳣나니.

() 잡아 ()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지은이 임제(林悌) 조선 명종~선조 사람으로 당대의 대문장가로서 명산(名山) 두루 찾는 풍류(風流)인이었다. 시조는 작자 임제가 평안도 평사(評事: 6품의 외직 무관) 부임 도중개성(開城) 들러 황진이의 무덤에 술잔을 부으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했다. 그런데 시조로 말미아마 그는 필화를 겪게 된다. 하찮은 기생 따위를 선비가 기리다니 체통이 발아래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하는 패거리들은 사람을 서열과 등급으로 가치를 매기나 보다. 결과는 부임도 하기 전에 그는 백수가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명산을 즐기다 갔다 전한다.   시조의 뒷담화를 생각하다 보면, 얼마전 마네의올랭피아 패러디해서 한 시대 권력자의 무능을 고발한 작품을 국회에 전시하게 해줬다고 야당 의원 한 명이 징계를 당한 일이 떠오른다.권력의 부패를 가리키는데 갑자기 누드가 여성성을 비하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까?  역사는 돌고 도는가촌발이 창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