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꽃
김동원
꽃이 핀다
무명의 꽃이 핀다
꽃도 모르고 꽃이 핀다
한 가지에 어깨를 서로 기대어 피어난
서로 모르면서 피는
서로 모르면서 아름다운 꽃
꽃은 모르면서 진다
모르고 지면서
모르고 산다
지는 줄도 모르면서 지지만
피는 줄도 모르면서 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꽃은
아름답고 눈물겹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우리네 목숨 같이
꽃은 피면서 진다
꽃이 피고 질 때
꽃은 서로가 속수무책이다
살지 않을래야 도무지 살지 않을 수도 없고
죽지 않을래야 도무지 죽지 않을 수도 없는
가엾은 목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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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운명이 사람을 닮았다고 여겨지는 시 한편 가져와 본다. 꽃을 좋아해서 우연히 마주친 물봉선을 담아 보여주는 시인의 걷는 길 어디쯤에 꽃이 피고 또 진다. 백가지 의미를 붙인들 꽃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그저 꽃 자체로 이미 제 몫을 다 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