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저녁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유현숙

 

어두워지는 저녁숲에 남은 햇빛이 비치는 것에 대하여,

그 빛 아래서 은사시 나뭇잎들 반짝이며 제 몸을 뒤집는 것에 대하여

혼자 듣는 시냇물 소리에 대하여,

그 물소리 어떻게 저무는가에 대하여

시냇물 소리, 내 몸 구석구석이 다 저문 뒤까지 흘러

서늘한 저녁물빛이 되는 모양이라든가 그런 슬픔이라든가

슬픔보다 더 길게 개망초꽃들이 자라고 있는 것,

그 개망초꽃들 하얗게 흔들리는

난동에 대하여

간간이 들리는 지빠귀 울음소리의 아득한 고적감이나

여뀌 풀 더미에 얹히는 여뀌 꽃 색깔이며,

그 여뀌꽃의 그늘 빛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어두워지는 저녁숲에서 내가 혼자 저물고,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긴 기도인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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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저물고 어두워지는 것들을 스스로에게 투영시키면 간다. 그 몸의 구석 구석에 슬픔이 일렁거려서 이럴때는 반듯이 혼자여야 한다고 독자는 동의하게 된다. 햇빛이 비치는 것도 반짝이는 것도 물소리, 새소리 하물며 꽃과 풀까지 그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일이란 이렇게 혼자서 오래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유현숙 시인은 2001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했고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