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작용

함순례

웃는 별이 있다

우는 별이 있다

오래 걸어온 자들은 안다

광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고 부르튼 발 주무르며

언제까지 걸어야 하나 혼잣말은 앞으로도

첫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

거대한 파도에 밀려 헤진 옷

훌훌 벗어놓고 등을 말고 잠든

순간에도 심장은 뛰고 있어서

그것이 슬퍼 웃고

그것이 아파 울지 못하는

별들이 참 뜨겁고도 서늘하게 반짝인다

도시의 우듬지가 별들의 박동을 들으며 출렁이는 시간

도시의 파도는 거세고 무거우니

어두운 손 뻗어 입을 틀어막는 짐승들아

개 같은 날들을 치워라

 
우리는 슬프고 아픈 기미 찾아

온 마음으로 꿈을 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내일이면 또 별들이 나와

생의 스크럼을 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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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물결쳤던 한 시대의 촛불항쟁를 떠올리게 된다. 그 장관 앞에서 누가 감히 어두운 손으로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까. 촛불의 물결을 타고 또다시 생의 스크럼을 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별무리가 된다. 거대한 함성이고 지켜야할 꿈이다.

함순례 시인은 ‘시와 사회’로 등단했고 이 시는 그의 시집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