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離散 – 디아스포라의 눈 35

 

이산離散 – 디아스포라의 눈 35

                            

 강미영

서울의 동기간과 통화를 했는데

10년 타국 살이 건성건성 사귀어온

피부 색 다른 이웃과 나눈 헛 인사보다 쓸쓸하다

함께 못한 세월이 낯설음이 명치끝을 울리며

뭉텅뭉텅 머리칼처럼 뽑힌다 덜커덩

창백해진 손 하염없이 시린 손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먼 곳까지 헤엄쳐 왔다

한 탯줄의 피도 살도 뼈도 겪어낸

풍랑과 바람과 햇볕과 눈보라만큼

다른 색깔이 다른 언어가 된다는 것을 배운다

언제나 남의 땅 마음 한 번 내려놓지 않았는데

몰래 내린 밤비처럼 도둑 맞은 사랑처럼

밀려난 마음들 사라지는 이름들

타국은 고향이 되고 조국은 타향이 된다

흩어진 뿌리

하루 하루만큼 그렇게 낯선 각각의

영어囹圄가 된다

       이민을 와서 살다보면 문득 세월이 멈춰있다가 갑자기 건너 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고국을 떠나 왔을 때의 기억이 간절한데 막상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먼 곳에 있다는 느낌. 그 간극과 단절에 적응이 안되어 마음이 서늘할 때 타국과 조국을 바꿔놓아보아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강미영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고 현재 토론토에 살고 있다. 이 시를 실을 수 있게 허락해준 시인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