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귀인(貴人)

박노해

12월의 밤이 깊으면

고요히 방에 홀로 앉아 

수첩을 펴고 한 해를 돌아본다 

나에게 선물로 다가온

올해의 귀인은 누구였던가 

나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나던

올해의 시간은 언제였던가 

세상을 조금 더 희망 쪽으로 밀어 올린

올해의 선업은 무엇이었던가 

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올 한 해

나는 누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었던가  

누구에게 모질었던 그늘이었던가 

누구를 딛고 올라선 열정이었던가 

가만가만 눈이 내리고 여명이 밝아온다

새해에는 나 또한 누군가의 선물이 되고 

별의 시간이 되는 올해의 귀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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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오늘의 손을 잡아주고, 오늘이 내일의 손을 잡아준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은 많은 사연에 온 몸을 적시는 것이라도 축복이다. 오늘은 또 하나의 선물이고 우리는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야하기에  노동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노해 시인의 문학적 향기가  배어나오는 새해의 시 한편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