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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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이 시를 썼다는 심순덕 시인은 강원도 평창 횡계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그 마음이 어땠을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본다. 심순덕 시인 뿐일까, 우리 모두 엄마는 양보하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엄마는 그냥 엄마일 뿐 사람도, 여자도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싫지 않으니 나도 진정 엄마인가 보다.  심순덕 시인인 2003년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