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입이 없는 것들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진다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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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미필적 고의에 의에 입는 상처같은 것, 자연의 한 부분이라서 당하는 폭력같은 것, 그래서 사는 것이 슬픔으로 가득한 것… 꽃잎처럼 밟으면 물이드는 길을 가듯 이성복 시인은 시를 쓴다.  스스로 따갑다고 하면서. 

이성복 시인은 1977년 문학과 지성에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