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몇칠 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쓰고 소련에서 추방 당했던 솔제니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도 반골이지만 바다와 휴전선에 가로막혀 숨이 막히는 세상 어느 땅 위에서 최영미 시인의 반골 기질도 만만치가 않다. 그 모든 ‘껍데기’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스스로의 의식을 찢어보인다.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은 세상에서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정말 사랑을 배울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