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손님

백무산

내가 사는 산에 기댄 집, 눈 내린 아침

뒷마당에 주먹만한 발자국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다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왔다, 간혹

한밤중 산을 찢는 노루의 비명을

삼킨 짐승일까

내가 잠든 방 봉창 아래에서 오래 서성이었다

밤새 내 숨소리 듣고 있었는가

내 꿈을 다 읽고 있었는가

어쩐지 그가 보고 싶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몸을 숨겨 찾아온 벗들의 피 묻은 발자국인 양

국경을 넘어온 화약을 안은 사람들인 양

곧 교전이라도 벌어질 듯이

눈 덮인 산은 무섭도록 고요하다

거세된 내 야성에 피를 끓이러 왔는가

세상의 저 비루먹은 대열에 끼지 못해 안달하다

더 이상 목숨의 경계에서 피 흘리지 않는

문드러진 발톱을 마저 으깨버리려고 왔는가

누가 날 데리러 저 머나먼 광야에서 왔는가

눈 덮인 산은 칼날처럼 고요하고

날이 선 두 눈에 시퍼런 불꽃을

뚝뚝 떨구며 어디로 갔을까

       

    이 시를 읽다보면 소설 ‘태백산맥’의  정하섭이 소화를 찾아가는 장면과 염상진의 시체가 마을로 내려오던 날 그리고 하대치와 외서댁이 맨 마지막으로 죽은 장면이 떠오른다. 누가 그들을 빨갱이로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해보게하는 국민소설이다. 백무산 시인의 시는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자하는 사람들의 외침을 담고 있다. 그 평범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