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족

새의 부족

손택수

새들의 노래로 지도를 만드는 부족이 있었다지

새들의 방언에 따라 국경선과 도계를 긋고 살았다는

사라진 부족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더라

아마도 새들은 모든 뻣뻣한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들었을 거야

수백 킬로쯤 끌고 온 국경선을 강물에 풍덩 빠뜨리고

산정에서 끝난 도계를

노을 지는 지평선까지 끌고 가 잇기도 했을 테지

그런 선들이 악보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끝없이 출렁이는, 새로 그려지는

풍경들은 아마 음표를 닮아 있었겠지

악보를 읽는 일이 지도를 보는 일고 같았을 때

그들의 귓속으론 별자리가 흘러들었을 거야

어느 부족의 방울새는 도라지멍울이나 개암열매가 터지듯이 울고

어느 부족의 방울새는 나뭇잎에 빗방울 부딪는 소리를 내며 울다가

수면 위로 막 뛰어오른 물고기 비늘이

햇빛과 부딪칠 때의 순간처럼 반짝였겠지

노래의 장단과 고저를 따라 해발이 시작되고

강의 시원과 하구를 측량하든 그때

측량할 수 없음을 측량하는 그때

저 부신 부리 끝 좀 봐, 나침반처럼

사라진 지도의 한쪽을 콕 찍으며 날아가는

      

     도시와 문명에 익숙해져 있는 또는 이것을 지우고 길들여져 있는 또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이라고 질러본다면, 이 시는 모든 직선으로 다듬어져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에게눈총을 준다.  세상 바탕위에 새들의 생태가 악보를 만들어서 이 시는 할 수 없이 안타까운 노래가 되어야한다.  

            손택수 시인은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