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박종명
비가
내린다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
싹 씻어서 흐른다
물래 열어둔 창문에
사정없이 달려드는 비
주르륵 흐르다가
그만 들킨다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 하기 전에도 그것은 정말 사랑일까…. 그냥 마음속에 담겨있는 사정만 가지고도 사랑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까…. 비에 씻기는 시인의 말은 어떤 사정을 담고 있을까… 몰래 열어둔 것은 창문이 아니고 그 마음은 혹시 아닐까… 박종명 시인은 2010년 ‘심상’에서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