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걸
햇볕과 얼음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녹여준다는 시인의 믿음, 갈대들은 그 둘의 관계를 보호해 준다는 시인의 마음, 그리하여 강물이 묵묵히 넓어진다는 시인의 성찰… 독자는 그러나 끝 구절에 매달리게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이라는.
홍신선 시인은 1965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 녹원문학상과 현대문학상, 경기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