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잠들고 때로 꿈꾸는 바다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하나씩 섬을 키우며
사는 까닭을 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잎이 지고 눈이 내리는 섬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별빛을 닦아 창에 내걸고
안개와 어둠 속에서도
홀로 반짝이고
홀로 깨어 있는 섬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꿈의 둥지를 틀고
노래를 물어 나르는 새
새가 되어 어느 날 문득
잠들지 않는 섬에 이르러
풀꽃으로 날개를 접고
내리는 까닭을 안다.
시인은 어느 섬에 여장을 풀었나보다. 그리고는 새가 되고 싶었나보다. 시의 씨줄과 날줄 사이에 여백이 깃들어 있고 그 행간에 허물어지며 얼굴을 묻고 싶다. 시인에 대한 천의무봉이라는 항간의 칭송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구나. 이근배 시인은무려 5개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으로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