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작업실 –앙리 마티스의 ‘ Red Studio’ 캔버스 유채

붉은 작업실

앙리 마티스의 ‘ Red Studio’ 캔버스 유채

김은자

붉은 해마의 울음을 희석시켜 있는 것은

빛뿐이다 이제 책상 종이천사에게

시침 없는 벽시계를 말해줘도 좋겠다

먹다 남은 얼룩 너의 슬픈 표정에

오래된 환부를 발라주어도 좋겠다

누군가 너의 등에 그림을 그리고 달아났다

생애와 생애가 몸을 섞다가 좁다란 의자

희고 검은 모형을 새겨놓고 떠났다

삶이란 평면에서 이루어진 소품 같은 것,

너와 나는 캔버스 유채처럼 아주 가는

선에 의해서 구분되어졌을 뿐이다

그것이 사랑의 속성이다

일그러지던지 뭉그러지던지

어긋나던지 혹은 이어지면서

분열 되었다가 혼합되고 정체되었다

달아나는 色의 놀이인 것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깨진 벽을 넘어 거울 속으로 들어가자

하나의 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니

이제 그만 아픈 사랑을 놓아줘도 좋겠다

주홍 아틀리에

찢긴 등을 내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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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는 야수파로 분류되는 알려진 화가다.  그의 색채는 강렬하고 깊다. 르네상스의 입체적 표현에 무슨 불만이 있었는지 마티스는 평면적으로 사물을 발라버렸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그림 속의 다른 그림과 주제의 그림과의 차이를 구별할 수가 없다.  시인은 작품 속의 다른 작품을거울이라고 보았다. 색과 선의 유희가 본능인지 필연인지 따지지 말자. 시인은 그 속에서 아픈 사랑을 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