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마흔 이전을 교과서 처럼 살았다면, 실록으로 남겨두고 마흔 이후에는 야사라도 꾸며낼 작정인가보다. 봄꽃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데 유혹에 흔들림 없는 나이는 공자님에게나 붙들어 매두고 ‘마음 혹할 일’을 기다리는 시인이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강윤후 시인은 1991년 현대문학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시집으로는 ‘다시 쓸쓸한 날개’가 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