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백상웅
우리 가족의 밥상은 반찬이 적을 때도
첩첩산중.
낫을 휘두르고 괭이질을 해야 건널 수 있었지.
밥상의 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워 냄비를 걸었던 흔적,
우리가 둘러앉아 가죽을 벗기고 뼈를 골라내던,
짐승 울음소리를 듣고 벌벌 떨며 오줌을 지리던 자리,
젓가락으로 바위를 골라내고,
산의 능선도 한 숟갈 퍼내고,
밥상이 가벼워진 것은 우리가 벌목을 했기 때문이야.
짐승의 다리를 베면
꽃잎은 폭발하고,
꽃이 한 날에 죽으면
뿌리는 밥상 모서리를 깎아내고
우리가 노동을 하는 것은 밥상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것이라서,
정강이뼈를 다듬어 수렵을 떠난 아빠,
직장에서 만난 동료와 눈이 맞은 동생,
아빠와 동생 사이에서 밥상을 잃은 엄마,
나는 엎어진 밥그릇 같은 빈山만 득득 긁고 있고,
나는 붓을 들어 밥상 위에 벽화를 그리지,
얼어붙은 동치미 국물을 깨트리는 족족 미끄러지고,
내가 밥솥과 밥상을 지키는 것은 장남의 노릇이랄까,
꼬리와 근육을 키운 밥상도 마침내 집을 뛰쳐나가면,
젊은 시인이 가족과 밥상 머리에 앉아서 온갖 가족사를 수렵하는 원시적 자연에 아우른다. 한 그릇의 밥과 국과 반찬사이에 생명을 대하는 자세를 담아놓고 그 밥상이 또한 생명과 긴밀하게연결되어 있음을 독자에게 주지시킨다. 한 편의 시 안에 이토록 사람을 불편하게하는 복선을 깔아놓은 시인에게 주목해보자. 백상웅 시인은 2007년 대산대학 문학상과 2008년 ‘창비’ 신인상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