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록의 미래보고서20 – 정치경제학이 지배하는 5G, 4차산업혁명과 미•중 안보전쟁

2018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발생한 사건으로 중국, 캐나다, 미국의 언론은 일면을 장식하고 각 정부간의 신경전으로 확산되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에 체포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중국 정부와 외교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12월 1일 미·중 정상이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도 무효할 정도로 정치적인 영향력이 상당하였다.

이 사건의 발단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은 아니며 미국과 중국의 오랜 갈등속에서 발생한 일이며 주요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숨겨져 있다. 2018년 4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뉴욕 검찰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같은 달 미국 정부는 대북한, 대이란 제재 혐의로 중국의 또다른 통신장비업체 ZTE에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시키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미국 기업의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부도위기에 내몰렸던 ZTE는 벌금 납부, 경영진 교체, 미국 지정 감시인 설치 등을 수용한 뒤에야 제재가 풀렸다. 그리고 다시 중국의 1위 통신장비 공급업체 화웨이를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부회장 멍완저우를 체포하는 사태로 확대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 5G, 4차산업혁명, 에드워드 스노든, 파이브 아이스, 안보문제, 통신산업 등의 여러 키워드와 이들의 관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G는 5세대 이동통신(fifth-generation)으로 2018년부터 채용되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5G 기술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현세대 통신 기술보다 상당하게 많은 통신기기를 통신망에 접속시킬 수 있으며 5G 시대에는 개목걸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장비에도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농부들이 사용하는 농사용 장비나 ATM기계에도 사용될 것이다.

5G 시대는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제한된 통신장비를 넘어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원격 굴삭기 조정, 정밀한 원격 로봇수술, VR, 구글 글라스, 무선통신 드론 등 사물인터넷(loT)을 통한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다양한 제품, 다양한 이용방식이 개발되어 출시될 것이며 광범위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그래서 5G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급성장시킬 중요한 인프라며 각 국가의 산업과 기업에 블루오션 시장을 열어줄 귀중한 이동통신기술이다.

5G는 여러 장점과 파급효과, 장밋빛 미래도 가지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은 인터뷰에서 “5G는 보안이 생명”이며 “사소한 실수로 치명적 결과가 발생하는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작은 보안사고도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5G 망은 자율주행차나 의료 등 사고 위험성이 큰 분야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보안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만일 자율주행차에 연결된 통신망이 해킹된다면 심각한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늘 인터넷에 접속돼 있는 5G의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는 스마트폰 같은 제한적인 통신장비만 쓰던 4G 시대의 해킹 위험보다 해킹시 그 위험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G와 4차산업혁명 간의 상호 밀접한 연관관계는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키워드다. 스노든은 중앙정보국(CIA)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이며 2013년 스노든은 가디언지를 통해 미국내 통화감찰 기록과 PRISM 감시 프로그램 등 NSA의 다양한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스노든은 “내가 당신 이메일이나, 당신 아내의 핸드폰을 보고 싶으면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당신의 이메일이며 비밀번호, 통화기록, 신용카드까지 알 수 있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사회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라고 폭로하면서 NSA의 전방위 사찰 실태와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수집을 전세계에 경각심을 알린 사람이다.

파이브 아이스는 다섯 개의 눈이란 뜻의 정보기관 연합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등 공산권 국가에 대한 군사외교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데서 비롯됐다. 각국의 정보, 첩보기관이 속해 있다. 이런 기관들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회원국들이 자국 기관의 정보처럼 이용하도록 밀약을 맺었다. 상대방 회원국 국민을 도감청하고 정보를 수집해 교환하기도 한다. 사찰에 서로 협력하자는 동맹이다. 대신 상대 회원국의 지도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번 화웨이 사태에 이 파이브 아이스가 재등장하게 되었다. 미국의 화웨이 안보 문제의혹에 공감하고 제품 퇴출에 동참한 국가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다섯 국가들은 동맹국이다.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 특급 정보 공유 동맹이다.

미국의 ‘안티 화웨이’의 배경에는 안보 문제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5G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미 의회 보고서에도 그런 우려가 잘 드러나있다. 보고서는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미국의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장비에 스파이 기기나 도청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설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되던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됐다. ‘백도어(backdoor)’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서 메시지, 통화기록, 위치 정보 등을 알아내는 가상 통로를 말한다. 실제로 이를 활용한다면 도청이나 해킹을 통한 스파이 활동, 통신 교란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번 화웨이 사태로 인해 전세계 안보 네트워크, 국가 보안 이슈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다.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미·중간 기술 전쟁을 통해 사이버 보안 문제 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과거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던 전방위 사찰 실태와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수집과 같은 보안 문제를 5G 시장의 선두주자 화웨이를 통해 통신산업의 기술위협과 더불어 5G의 취약한 보안문제로 인해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는가 뺏기는가에 대한 5G 기술선점, 응용제품 개발, 새로운 서비스출시 및 적용에 있어서 각 정부와 기업들의 경쟁과 신경전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5G 시대와 4차산업혁명시대가 가져올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일반 국민과 사용자들에게 축복이 될 것인지 불행이 될 것인지 가늠한 기준으로 캐나다, 미국, 중국 등이 이번 화웨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협상해나갈지 그리고 얼마나 투명하게 사건의 내막을 공개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