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죽어서도 잊지말라는 당부가 시가 되었다. 내가 너에게 전하는 말이 자연의 기호가 되니 너와 나 는 바람과 꽃잎과 봄 나뭇가지로 소통할 수 있단다.그러니 어찌 잊겠는가 간절함에 닿아있는 영혼의 언어를.
마종기 시인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1959년 대학생일때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