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1930년대 모더니즘을 주도하던 시인의 대표작인 시를 읽으면서 십년을 훌쩍 뛰어넘고도 여전히 신선한 표현에 감탄을 하게된다. 혹자는 1930년대 척박한 현실인 바다에서 무기력한 나비가 시인 자신임을 비추어냈다고 친절하게 해설을 달아준다. 그때의 세상살이가 팍팍하기야 했겠지만 독자는 끝구절인 나비허리에 시리는 새파란 초생달의 이미지에 그만 꽂혀버리고 만다. 이상 무엇을 바라랴, 아름다운 표현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