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허수경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홀로 서성이는 영혼이라고 불러줄까… 허수경의 시는 늘 쓸쓸하고 아프다. 이 세상 어느 한군데 몸도 마음도 둘곳 없어 떠돌다 훌쩍 가버린 시인을 생각하면 어느 바람부는 바닷가에서 문득 검게 반짝이는 햇빛 한줌으로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