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신발
천종숙
잠시 벗어둔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남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분명 내 신발이었는데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닳아있는 신발 뒤축에서
타인의 길이 얽혔다
똑같은 길을 놓고 누가
내 길을 신고 가버린 것이다
늘 직선으로 오가던 길에서
궤도를 이탈해 보지 않은 내 신발과
휘어진 비탈길이거나 빗물 고인 질펀한 길도
거침없이 걸었을 타인의 신발은
기울기부터 달랐다
삶의 질곡에 따라
길의 가파름과 평탄함이
신발의 각도를 달리 했던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은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걷는 길,
나는 간신히 곡선을 직선으로 바꾸었다
살면서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데… 하면서도 궤도수정할 엄두를 못내고 꾸역꾸역 살 때가 있다. 질질 끌며 간다고나 할까. 시인은 사는 방법을 직선으로 바꾸었다고한다. 그것도 간신히. 남의 신을 신고 가는 길처럼 삶이 어긋나 있었을까?
천종숙 시인은 1957년 경남고성 출생이고, 이 시는 2006년 부산일보 시부문 당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