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는다는 것은

전동균

가장 추운 겨울 날
식구들 몰래
풍경 하나 매다는 일

밀물이 들 듯
밀물에 배가 떠올라 앞으로 나아가듯
울리는 풍경 소리에
멀리 있는 산이 환하게 떠오르면
그 산 속, 배고픈 짐승의
흩어진 발자국 같은 것도 찾아보는 일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찬바람 속에 풍경하나 매달고
온종일 그 소리를
혼자 듣는 일
풍경 속에 잠든 수많은 소리를 모셔 와, 모셔 와
그 중 외롭고 서러운 것에게는
술도 한 잔 건네는 일

더러는 숨을 멈추며
싸락눈처럼 젖어드는 고요에
아프게, 아프게 금이 가는 가슴 한쪽을
오랫동안 쓸어 주는 일
그 끝에 반짝이는
검은 우물을 잠시 들여다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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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흔 너머는 어떠했나… 전동균 시인처럼 주위를 살펴보고 내 안을 들여다 보았을까… 혼자서 그 중 외롭고 서러운 것에게 술도 한 잔 건네보긴 했을까… 겨울 하루 싸락눈 치는 어느날 이 시를 읽다 창밖을 본다. 누굴까 아프게 금이 가는 가슴 한쪽 가진 사람아. 지금이라도 아무도 몰래 풍경 하나 달아봐도 괜찮을까.

전동균 시인은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한 지 11년 만에 시집 ‘오래 비어있는 길’을 출간하고 ‘시운동’으로 활동중이다. 산문집으로 ‘나뭇잎의 말’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