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

서효인

신호가바뀌자쟁반이떨어졌다

과테말라에서원두는적도의태양을가슴에품고

검고검게자신을채운다여자의젖꼭지는원두처럼

검었고아스팔트에길게, 쓸렸다

검은자국은횡단보도위에서비명을지르고

아직도뜨거운시내버스의사타구니아래애처로운

오토바이의타이어는조금씩돌고있고단조로운

오후의시인들은둥글게모여비명을듣고시끄러운

배달기수의최신곡은계속흐르고평화로운 

도시에서사고는, 짭짤한양념이니

신호등아래떨어진쟁반의헐거운칠이벗겨졌다

커피빛매연을꾹꾹눌러담던둥그런가슴이

드러났다아파서창피를모르는사이

목을빼고악을내고혀를차는횡단보도

검고검은젖꼭지가분한듯피

흘리며지금그눈빛들모두내가담아두마

부러진다리뼈사이로거른

검고쓰고진한커피가쟁반에올려졌다

신호는바뀌로쟁반은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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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배달을하는다방의여자종업원을레지라고 불렀었지. 오토바이가버스와충돌하고그레지가사고를당한풍경은익숙하고너절하고불편한기억을던져 주고시인은알뜰하게도기록한다. 우리모두비슷한배경속에서학교를다니고소비를하고나이를먹었다.  한여자가교통사고당한것이무엇이대수라는듯, 여자를소비하고성을소비하고, 세상을소비하지않았는지…원두커피를품평하면서…그냥미안한것은시인뿐만이아니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