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달다가
한혜영
나뭇잎 하나가 까딱이 없는
말간 대낮에 단추를 달다가
농담처럼 부음을 듣습니다
기가 막혀
앞섶에 바늘을 꽂고 고개 천천히
길어 올리니 삼베옷을 걸친
누런 허공이 징소리를 징징 내며
목을 놓기 시작을 합니다.
한번 떨어진 목숨은
절대로
달아 올릴 수가 없는 단추라네요
부음 하나에 내 앉은키가
폭삭 무너져버린, 이런 날은
귀신 눈빛이 분꽃 씨처럼 또렷하고
모가지 조금만 길게 뽑아도
저승길이 훤히 보인다고
십수 년을
그림액자 속에서 나랑 같이 늙어가던
목련꽃이 하얗게 쇤 소리로 두런거립니다
죽음이란
방금 전에 내가 그랬듯이
앞섶에 꽂아두고 까맣게
잊어버렸던 바늘과도 같은 거라네요
언제 심장을 찔릴지모르는
어느 나이게 되면 모가지 조금만 길게 뽑아도 저승길이 훤히 보이게될까. 죽음이 늘 곁에 있으나 까맣게 잊고 산다고 시인이 일러바친다. 가끔씩 장례식에 와달라는 전갈을 받을 때마다 문득 깨닫곤 하지만.
한혜영 시인은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외로움을 자양분으로 삼아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추천을 받았고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