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눈물

 

김춘수

남자와 여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 나무,

오갈피 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있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발바닥만 젖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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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세가지 이미지가 따로 따로 놓여있고 ‘젖어 있다’는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불친절한 시를 대하는 독자들은 할 수 없이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이 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춘수의 ‘무의미의 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시의 단어들은 어쩐지 긴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도 있겠다는 여지를 준다.  찾아보면 시인은 어느 아이의 무릎 아래 젖은 아랫도리가 오갈피 나무껍질 같다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두 발을 가진 직립 동물이 슬퍼진다고 했다.  새가 될 수 없는 사람의 한계 앞에서 시인은 눈물을 흘렸을까…

조강석 문학 평론가는 ” 1960년대 후반 이후 추구한 무의미의 시는 ‘방심상태를 경계하는 방심상태’ 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방심상태의 무의식은 자유를 낳기도, 괴물을 낳기도 한다”고 했다.  오규원 시인은 ‘날 이미지와 시’에서 이 시를 소개하며 ‘관념이 배제된 상태의 묘사’만으로 성공한 시라고 했다.

한 편의 추상화를 보는 것처럼, 세가지 다른 이미지 위에 눈물이 떨어져있으니 독자들이 슬퍼한다고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