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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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데 있어 중요한 하나는 시를 쓴다는 것을 잊고 ‘시적인 것’을 찾는 행위이고 만든 느낌의 시보다는 ‘뜨거운 느낌’의 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경주 시인은 여름 나무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뜨겁게 흔들리는 자리를 돌아보라고 한다. 그 뜨거움이 강이 되어 풀리고 있다고 한다. 매미 한 마리가 우표가 되는 시인의 상상력이 주는 간절함에 그 울고 있는 우표를 가지고 전달해야 할 의미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김경주 시인은 제 2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