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들처럼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커밍아웃하는 시인의 본질이 순수라는 것을 이렇게 말해버리면, 독자는 그만 마지막 구절에 가서 누군들 한 때 소용돌이가 아니었을까… 하면 뜨겁게 걸려들고만다.

‘영원한 노동자 시인’으로 불리는 백무산 시인은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