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견디기 힘든

 

황동규

 

그대 벽 저편에서 중얼댄 말

나는 알아들었다.

발 사이로 보이는 눈발

새벽 무렵이지만

날은 채 밝지 않았다.

시계는 조금씩 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대는 몇 마디 말을 발음해본다.

나는 내가 아니다 발음해본다.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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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꿈을 꾼다.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원하는 곳으로 높고 멀리 나르는 꿈. 장자가 말한 신천옹이나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 처럼 구만리 장천을 나르는 꿈. 하지만 뭇사람에 잡힌 새처럼 벽에 갇혀서 시인은 무너지는 꿈을 본다 내 신분증에도 채 안들어가는 하지만 아직 거기 있는 꿈, 그래서 견디기 힘든.

황동규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이 시는 그의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