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 – 이정록

 

꽃살문

이정록

꽃에는 정작 방년이라는 말이 없다네

그래,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칼과 붓으로 나를 피워놓았네만

붓끝 떨림이며 칼자국 바람에 삭혀내야

꽃잎에 나이테 서려 무는 방년 아니겠나?

꽃이란 , 향과 꿀을 퍼내는 출문이자 열매로 가는 입문이라

나도 고개 돌려 법당 마루에 오체투지하고 싶네만

마른 주둥이 훔치는 햇살 천년 바람 천년,

법당 마당의 싸리비질 자국만 돋을 새김하고 있네

그렇다네, 문짝에 염화 없다면

어찌 어둔 법당에 미소 있겠는가?

풍경소리며 목탁소리에도 나이테가 있는 ,

쓰다듬고 가는 달빛 구름 그림자처럼

씨앗 쪽으로 바래어 가시게나

            도량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유명한 사찰은 내소사라고하는데 곳에 가면 혹시 햇살에  비껴가는  꽃송이에 취해 잠시 화엄에 들게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다. 법당 문짝에 새겨진 꽃무늬 조각으로 시인이 보여주는 우주가 깊다.   13 김달진 문학상을 받은 이정록시인은  1993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