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못하리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한 예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무늬의 숨결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 뜨면 여늬 나비와 다름없이
그는 소리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정인의 무덤가에 와서 잠시 잠이 든다. 올 때는 햇빛 가득한 낮이 었지만 깨어 보니 등불이 걸리는 저녁이다. 시인은 간절하게도 자연에게 그리움을 칭얼대는 중이다.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가슴에 묻은 이에게 어찌 소리내지 않고 우는 것이 나비떼 뿐일까. 한 송이 꽃이 그러하고 혹한의 눈발 또한 그러하다.
글 변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