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홍사성
나도 참 어지간했던 모양이다
온몸 발기발기 저미는 동안
비명 한 마디 못 지르고
접시 위에서 파르르 경련하며
내 살점 뜯어가는 사람들
눈 빤히 뜨고 쳐다봐야 하다니
너도 참 어지간할 것 같다
파들파들 살아 있는 게 맛있다며
통통한 것부터 골라 비늘 벗기고
쫄깃한 속살 잘라 초고추장에 찍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삶아
국물로 마시다니
이제야 알겠다
세상을 왜 고해라고 하는지
바다가 왜 아침저녁 핏빛으로 물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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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영화 ‘섬’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해준다. 물고기를 잡아 산채로 살을 뜨고 나머지를 다시 놓아주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평생 불교언론인으로 살아온 시인의 마음이 살아있는 것들의 고통에 닿아있는 것이 보인다. 인간의 잔인함이 낚시바늘처럼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