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제미정

검은 타일이 모래사장처럼 깔려있는

욕실에서 옷을 벗는다

물이끼로 얼룩진 거울 속 검푸른 등

유난히 배만 하얀 나는

자라도, 자라도 언제까지나 너에겐 꼬마향고래

잃어버린 미끈한 발을 욕조에 담그고

어느새 난 바다에 잠겨있다. 눈썹 위로 비가 내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에게로 가기 전 숨을 고른다

어둑어둑 검어지는 천장엔 물병자리

눈물의 수압을 밀어내며 꼬리지느러미를

힘껏 펼치는 이유를 넌 아니,

테레파시 같은 건 이제 말을 듣지 않아

난 길을 잃고 점점 얕아지는 물길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믿었던 꼬리지느러미조차

너의 시간은 역류하지 못한다.

힘을 다해 마지막 초음파를 쏘아 올리고,

이제 나는 달려간다

뭍이 다가오고 등에 새겨진 파도의 문장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울컥 토해 낸 바다,

숨소리 잦아들다.

          가서는 안될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야할 때가 있다. 깊이 있는 철학이나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를 다 던지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밀려갈 때가 있다. 그 후에 남는 것이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할 상처뿐일지라도, 말하자면 서툰 사랑에 목숨 거는 일 같은 거. 강바닥에 넘어져 있는 고래처럼…. 불친절해서 신선한 이 시를 지면에 던져놓은 제미정 시인은2006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고, 2010년 평론가가 뽑은 100대 작가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