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 가는 전봉준’으로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은 민주화와 사회참여의 구호에 묻힌 시대에 신서정시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눈이 내리고, 강이 어는 사소한 겨울 풍경이 시인의 마음을 한 번 스쳐나오니 이리도 따뜻한 감동이 되어 펼쳐진다. 눈발을 몸으로 받으려고 강물이뒤척여서 세찬 물소리가 난다는 시인의 연금술에 독자의 심장이 녹아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