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가면

 

홍영철

 

집이 거기에 있을까

다정했던 녹슨 대문과 낡은 지붕

마당 가운데 오래된 연못 하나

때가 되면 꽃밭 가득 흐드러지던

채송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거기에

빛깔 향기 아직 거기에 있을까

날벌레, 개미, 잠자리, 생쥐들 거기에

움직임 아직 거기에 있을까

그때 넓은 하늘 거기에 있을까

가지 않은 그대로 있을까

듣고 싶은 , 하고 싶은

거기 가면 들을 있을까, 있을까

집이 아직 거기에 있을까

 

지나가 버린 수많은 오늘들이 간절해서 시인은 내일로 가는 길목에서 하나의 오늘을 잃어버리는 중이다. 그래서 지나간 수많은 오늘이 이리 간절하다. 사소한 만남의 빛깔들이 이렇게 파고들면서 우리는 떠나온 곳에서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다.

홍영철 시인의 시집으로는 문학과 지성에서 펴낸여기 수선화가 있어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