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

 

김형주

차려진 밥상이다

윤기 나는 쌀밥과 된장국

묵은지와 갓김치

산나물과 구운 생선 한 토막

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구도다

단단한 그릇 속에 담긴 음식,

이제 그릇들을 놓을 밥상과

반찬들을 하나되게 비빌

넉넉한 그릇이 없다

새끼들의 허기를 등판에 짊어지고

일생 동안 가난을 손끝으로 버무리던

밥상과 큰 그릇, 흑백의 두 분

가족사진 옆에 나란히 붙어 있다

슬픔이 걸려 있다

배고픔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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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살만해져서 전보다 많은 가짓수와 기름진 반찬을 앞에 두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밥상이 전같이 따뜻하지가 않다는 걸 시인은 말하고 싶다. 단단했던그릇처럼 단란했던 가족의 결속이 깨지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가난을 이겨냈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아직도 슬프고 아직도 배고픔으로 남아있는 부모님의흑백사진을 곁에 두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시다. 김형주 시인은 토론토 한인문인협회 회원이고 시 6의 동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