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2 – 봄철감기는 이붕고(梨硼膏)로 <도라지와 배의 효과>

봄철감기로 인해 목이 붓고 아프면서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배즙이나 도라지를 달여서 먹으면 좋다. 어떤 분들은 나름 효과를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처방(處方)인줄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은 이붕고(梨硼膏)라는 처방으로 붕소(硼素) 대신에 도라지와 배를 사용해 만든 한약이다. 도라지와 배의 정확한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배(梨)는 맛이 달콤하고 시원하며 특히 과즙이 매우 풍부해 배 한 조각만 먹어도 갈증이 사라진다. 이러한 배의 효능을 한의학에서는 ‘생진액(生津液), 청열(淸熱,) 화담(化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생진액은 배의 풍부한 과즙으로 몸안에 수분 및 영양분을 보충해주고, 청열은 수분 등이 부족해서 생기는 열을 서늘하게 내려준다. 화담은 염증이나 가래 등의 열을 내려줌으로써 화농을 없애준다는 뜻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감기나 피로, 혹은 기타 여러 원인에 의해 목이 붓거나 열이 생기며 갈증이 있는 경우에 배를 복용하면 수분 및 영양분을 보충하며 동시에 기관지 및 목의 열을 내려줌으로 목이 시원해지고 기타 염증 등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능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도라지는 순전히 인후부 및 기관지에 생긴 가래를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라지는 한의학에서 길경(桔梗)이라 하며 배농소종(排膿消腫) 의 기능을 한다. 즉 인후부에 염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해 끈적끈적한 가래와 고름이 생긴 경우 이를 배출시키고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힌다. 이는 약리학적으로 설명이 되는데 길경속의 사포닌성분은 호흡기관 점막을 자극해 그 점액분비량을 증가시켜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 따라서 도라지의 핵심기능은 목에 생긴 가래를 배출시키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재배 도라지는 이러한 사포닌성분이 부족하고 실제로 사용해도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에 반해 약용으로 사용하는 야생도라지는 사포닌 함량이 높으며 특히 껍질에 더욱 많다. 그러므로 약용 야생도라지를 말려서 곱게 분말로 만들어 한 티스푼 정도 입에 넣고 침을 통해 살살 녹이듯이 먹으면 목에 가득한 가래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상승되는 기를 내려주면서 폐와 기관지의 순환을 돕는다. 가슴의 열과 화를 풀어주면서 기침을 부드럽게 해준다.

 봄철감기도 자신의 체질에 따라서 관리하면 효과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