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하는데 날씨가 쌀쌀해서 긴 옷을 입고 밖에 나오면 낮에는 더워서 고생하고, 반대로 덥다고 가볍게 입었다가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과연 봄이란 계절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한의학에서 말하는 봄의 기간은 봄의 시작일인 입춘(立春)부터 여름의 시작날인 입하(立夏)전날까지라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보기 때문에 각 계절에 맞는 양생법과 치료법을 권하고 있다. 실제 한의원에서도 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처방을 가감해 투약하고 있는데 이러한 봄철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봄은 따뜻하다. 계절에 맞는 건강관리법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계절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봄은 인체가 부족했던 양기를 보충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다시 말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따뜻하고 활기찬 기운을 불어 넣어줘야 하는 시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배쪽으로 따뜻한 양기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원래 인체의 위장은 따뜻한 기운을 받아야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 기능이 좋아진다.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차가우면 배탈설사가 잘 생기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날씨가 좋고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비치는 날에는 꼭 산책을 하기 바란다. 동의보감에서 봄철에는 늦게 자며 일찍 일어나고 몸을 느슨하게 하고 산책을 많이 하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봄철의 따뜻한 양기를 충분히 받아드리도록 가르쳐준 것이라고 하겠다.
두 번째, 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이러한 바람은 따뜻한 봄의 기운을 싣고 날아가 만물을 깨어나게 만들고 생기를 돌게 해주는 효능도 있지만 봄의 기운 대신에 나쁜 이 물질을 전달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황사나 미세먼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에 호흡기증상이 악화돼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도 부쩍 늘어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고 기력이 떨어진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더욱더 질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풍(風)을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나쁜 기운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생기는 중풍의 형태이다. 그래서 각각 감기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고 뇌혈관질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봄철에 감기에 많이 걸리는데 이 중에서도 풍사로 인한 감기는 땀을 많이 흘린다. 중풍도 봄에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겨우내 잔뜩 움츠려서 순환이 되지 않다가 갑자기 봇물처럼 흘러 넘쳐서 생기는 현상으로 본다.
평소에 혈압이 높거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은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운동이나 산책을 계속해주는 것이 기혈순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