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 유산 이후의 한방조리

유산 이후에는 다음 임신에 지장이 없도록 치료해야 하므로 산후조리보다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밤이 익으면 밤 껍질이 스스로 벌어져서 밤알이 조금도 손상이 없지만, 유산은 익지 않은 밤송이를 쪼아서 살과 껍질을 부수고, 막을 훼손하며 밤알을 꺼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산한 이후에는 오히려 순산했을 때 보다 10배이상의 조리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유산이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르기 전에 임신이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임신 20주 또는 태아 체중 500g이하일 때 임신이 중절되는 경우를 자칭한다.

한의학에서는 유산은 반산(半産) 이라고 말하며 거의 출산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자연유산은 대부분 임신초기에 일어나며 유산을 한두 번 경험하게 되면 다음 임신 시에도 유산의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첫 유산 이후에는 자궁을 튼튼하게 만들어 유산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유산 즉 중절수술의 경우도 자연유산과 마찬가지로 자궁을 비롯한 산모의 몸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됨으로 유산관리를 잘해야 한다.

정상적인 분만은 인체내의 자연스러운 호르몬분비로 자궁이 수축되면서 출산이 이루어진다. 출산 후에도 자궁이 스스로 수축되고 몸의 상태가 차츰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유산 뒤에는 이러한 자연스런 호르몬 변화에 의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임신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몸이 외부환경이나 중절수술 등으로 갑자기 변화된 상황에 억지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르몬변화가 더디기 때문에 늘어난 자궁의 수축도 늦어지고 정상적인 출산 후에 비해 전반적인 신체기증의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산 후에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것 못지않게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겉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고 몸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해서 집안일이나 회사업무에 바로 복귀하게 되면 회복은 더욱 늦어진다. 산후 풍 등의 후유증에 노출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자궁 외 임신, 태반유착 및 습관성 유착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생리불순, 냉 대하, 하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불임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임신중절수술의 경우 자궁경부를 인위적으로 확장시키게 되면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궁경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처방약을 꼭 챙겨먹고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산 후에는 신체적인 치료뿐 아니라 심리적인 치료도 중요하다. 아기를 잃는데 대한 심한 자책감과 우울증이 나타나거나 심할 경우 임신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과 안전이 필요하다.

유산 후의 한약처방은 건강한 몸으로의 회복을 위해 기와 혈을 보하며 자궁의 정상적인 기능을 돕는다. 후유증 없이 자궁과 신체를 정상화함으로 다음의 임신에 지장이 없도록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