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 가을 보약(補藥)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가을은 숙강의 계절, 즉 천지자연이 엄숙해지고 맑아지며 장차 겨울을 대비해 기운이 가라앉고 갈무리하는 계절이다. 나무들은 열매를 맺고 낙엽을 날리며 동물들도 겨울식량을 비축한다. 사람들도 여름 내 무더위와 피로에 지친 몸을 추스를 이때 보약을 먹어야 되지 않을까 궁금해한다.

이맘때는 학업을 시작한 학생들, 겨울에 감기 잘 걸리는 어린이, 추위를 잘 견뎌내길 원하는 노인들이 보약을 찾는다. 봄과 가을은 급격한 온도의 변화로 말미암아 인체의 면역이 떨어지고체내대사의 손실이 큰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병이 생기기전에 예방한다는 한의학의 치료개념과 일치한다.

가을철에는 일찍 일어나 마음을 안정하게 하며 정신을 수렴하여 가을의 기운에 응해야 건강할 수 있는데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체액을증강시키고 차갑고 건조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작은 우주라고 말한다. 이는 사람이 우주만큼 귀한 존재이며 하늘을 닮아 머리가 있고 땅을 닮아 발이 있으며 산천초목을 닮아 머리카락과 털이 있듯이 자연과 같은 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의 변화에 순응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사실을 잊지 않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산다면 우리 건강관리에 반 이상은 얻는 것과 같다.

가을은 수렴한 계절이다. 여름에 무성하게 성장한 잎들은 황금색으로 변한다. 무르익은 열매는 동물과 사람의 양식이 된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기운을 축적한다.

동물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워 기운을 축적한다. 그래서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는 것이다. 심신의 기력을 보충하는데 게을리할 수 없는 계절이다.

가을에 보약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한약을 먹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라도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고 기운이 축적되는 시기에보약을 먹는다면 건강증진에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가을은 하늘이 맑고 푸르고 전반적이 기운이 안으로 모여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흐트러진 분위기나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계절이다. 이것을 일러 숙강지기(肅降之氣)라고한다. 나무가 성장하며 나이테를 만들 듯 아이들도 성장하며 마디를 짓는데 그래야 속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 가을, 겨울은 봄, 여름보다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마디를 짓는 시기이다.그래서 가을에 내실을 다지는 한약을 복용시키면 아이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루의 일교차(日較差)가 커지는 환절기가 되면 특별한 질환 없이도 쉽게 피로하고 몸이 나른하고 무거우면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인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병에 걸리게 된다. 병이 나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