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 암과 한약의 바른 이해

평소 정정하게 잘 다니던 할아버지께서 계셨다. 기침이 좀 심해서 병원에 가 X-Ray를 찍어 보니 이상한 게 보인다고 해서 큰 병원으로 갔다. 정밀검사 결과 폐암으로 밝혀져 허겁지겁 수술을 했는데, 그때 이후 인체의 모든 기능이 약해져 예전의 건강상태를 다 잃어 버렸다고 한다. 수술한 이후로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여기저기 쑤시고 잔병치레가 끊이질 않았다.

예전 같으면 보약이라도 한제 먹어서 기운을 차렸을 텐데, 어디서 이상한 유언비어를 듣고 행여나 암세포가 다시 자랄까 봐 한약도 못 먹고 시름시름 앓다가 그냥 운명하셨다. 과연 암환자들은 한약을 먹으면 더 악화되는 것일까? 한번 알아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전문기관인 미국 국립 암 센터에서 말하는 암환자를 위한 12가지 제언이 있다. 그 첫 번째 항목은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의과대학 종양학과 실험결과에 따르면 암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은 평균 63%였으며 특히 위암과 췌장암환자의 83%가 영양실조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암세포가 몸에서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보통 암환자는 진단 후 ‘암은 죽음’이라는 뿌리 깊은 등식을 믿고 지레 겁을 먹게 되는데 이러한 공포와 스트레스로 인해 식욕부진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극심한 영양실조로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물론 항암제 및 방사선치료로 인한 통증과 구역질 등이 식욕부진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암환자는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영양실조로 말라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암 인줄 모르고 멀쩡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 암 진단을 받고 난 후 급격하게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암 인줄 모르고 살았으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고통스런 항암치료에 시달리다 결국 사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기존 양방치료만 받으면 오히려 암을 이겨낼 수 없는 몸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양방치료와 한방치료를 적당히 배합하여 암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미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한방과 양방의 병행치료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필자의 한의원에도 극심한 항암치료의 고통과 괴로움을 덜기 위해 한약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도 한약을 달여서 먹을 정도가 됐다.

“한약이 암세포를 키운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보리, 콩나물도 한약재인데, 만약 환자가 한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면 암환자는 밥과 빵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오히려 한약은 항암치료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암에 대항해 맞서 싸울 수 있는 기력을 넣어준다. 주의할 점은 비전문가의 말을 듣고 함부로 한약재나 건강보조식품을 먹어서는 안 된다. 한약은 한의사처방이 아니면 위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