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밤눈이 어둡다고 하면 어른들이 시장에 가서 소간이나 돼지간 아니면 생선간에서 추출된 간유 등을 사서 복용하였다고 한다. 원래 소간이나 돼지간, 간유 또는 결명자 같은 것들이 눈에만 좋은 식품이라기 보다는 오장육부 중 간 기능을 돋구어 주는 약이다. 그런데 왜 이런 민간요법들은 눈이 나빠서 먹는 건데 한방에서는 눈이 아니라 간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식품을 먹는다고 하는 것일까?
이것은 한방적 원리가 우리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의학이고 의학은 생활이다.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또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건강이기에 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의학인 것이다. 그런고로 한의학에서는 눈을 ‘간의 상태가 나타나는 구멍’으로 본다. 눈과 간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간의 건강상태를 눈에서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황달현상은 주로 간이 나빠졌을 때 나타나는데 이때 눈을 보면 노랗게 변해있다. 간의 이상증세가 곧 바로 눈에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당연히 시력이 나빠진다. 요즘엔 유치원생들도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다.
사람은 50세 전후로 해서 시력이 나빠진다고 본다. 어린아이가 이미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런 경우는 실제나이는 어리지만 간의 나이는 이미 중년을 넘어 노년기로 들어섰다는 말과 동일하다.
우리 몸에서 간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장기이다. 해독작용도 하고 기운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간은 목(木) 즉 나무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목은 위로 올라가는 기운이기에 간에서 위로 뻗어 나가는 생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 간은 근육과 인대를 주관하기 때문에 근육 쪽으로 문제가 온다면 간으로 보는데 다시 눈으로 돌아가서 간이 허해지면 눈앞에 꽃무늬 같은 것이 어릿어릿 나타난다. 또 간의 혈에 열이 있으면 눈이 충혈되면서 붓는 증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눈이 충혈이 되는 사람은 보편적으로 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눈은 간뿐만 아니라 오장육부 모두와 관계가 있다.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여서 눈이 이루어진 까닭이다. 그래서 눈의 질병은 간단히 치료될 것 같으면서도 막상 치료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그 눈병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확실한 치료가 가능한데 그 원인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원인치료를 하지 않으면 나아졌다가도 재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우선 눈의 흰자위는 오장 중에서 폐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검은자위는 간과, 검은자위의 중심에 있는 눈동자는 신장과 관련이 되고 또 눈의 바깥쪽 끝과 눈구석에 있는 빨간 핏줄은 심장과 관련이 있다. 눈꺼풀은 비장 즉 소화기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오장이 모두 조화롭게 제 기능을 발휘할 때 눈도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