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귀는 신장

한의학에서 환자를 진단할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얼굴의 관형찰색(觀形察色)이다. 즉 얼굴의 색, 형 등을 보고 각 장부(臟腑)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귀는 신장, 코는 폐, 입술은 비장, 혀는 심장, 눈은 간으로 오장(五臟)에 배속되어있다. 그래서 이목구비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오장이라고 보면 된다.

우선 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귀는 좌우 둘로 나눠져 있는데 좌측 귀는 신수(腎水) 즉 물을 공급해주고 우측 귀는 화(火)라고 하여 양기(陽氣)를 공급해준다고 보면 된다. 신수와 양기가 합해져서 정(精)을 이루는데 정이란 남자의 정액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질을 폭넓게 가리키므로 정이 있어야 모든 장기와 기관들이 조화롭게 작용할 수 있다.

귀가 크고 힘이 없는 사람, 부처나 신선 혹은 옛날 왕후장상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거의 귀가 크고 귓불이 두둑하고 아래로 늘어져있다. 보통 귀가 크고 귓불이 늘어진 것을 잘생긴 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 면에서 보면 좋은 귀라고 할 수 없다. 귀가 크다는 것은 신장이 크다는 것인데 신장이 크면 힘을 남용해 상대적으로 신장이 약해지기 쉽다. 귀는 작고 단단해야 건강이 좋다고 한다.

귀의 위치는 하악골 앞에 단정하게 붙어 있어야 신장의 모양 또한 단정하고 건강한 것이다. 귀의 위치가 너무 높으면 신장이 높이 달려서 있다는 것으로 등과 척추가 아파서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잘하지 못한다. 반대로 신장이 아래로 쳐져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고 아랫배에서 옆구리, 허리 쪽으로 돌아가면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귀의 색을 보면 유난히 검거나 붉은 경우가 있는데 검은 것은 신장에 병이든 것이고 붉어진 것은 신장에 열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신장의 기능이 약하면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이명(耳鳴)이다. 이명을 앓을 때 왼쪽 귀냐 오른쪽 귀냐에 따라 그 원인이 서로 달라진다. 이명이 왼쪽 귀로 오는 것은 대체로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다. 즉 화로 인해 오는 병은 주로 왼쪽으로 나타난다.

특히 여자들은 기가 쉽게 울체 되어 마음에 화가 많이 쌓이므로 왼쪽 귀에 이명이 많이 생긴다. 반대로 남자들은 오른쪽 귀에 이명이 많이 있는데 이는 남자들이 힘든 일을 많이 해서 허로(虛勞) 증상으로 이명이 많이 온다고 본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오른쪽 귀에 이상이 오면 체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임상에서 본 20대남성은 오른쪽 귀에서 소리가 나고 소변불이(小便不利) 증상이 있으며 소변 색이 약간 탁하다고 했다. 이 환자의 증상은 전형적인 신허(腎虛) 증상이다. 신장이 약하게 태어났는데 일찍부터 심한 노동일을 해 신장의 기가 훼손된 것이다. 침술과 한약처방을 실시한 후 효과가 있었다고 환자는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