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 침과 뜸 그리고 한약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법을 이야기 할 때 흔히 ‘1침 2구 3약’이라고 한다. 바로 침, 뜸, 한약을 자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굳이 순서를 매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시술 후 반응이나 치료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시술을 적용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의 순서가 아닐까 싶다.

침은 환자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그 반응 또한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침의 효과를 나타내는 표현 중에 입간견영(立竿見影)이라는 말이 있다, ‘장대를 세우자마자 바로 그 그림자를 볼 수 있다’는 말로서 침을 놓자마자 통증이 소실되거나, 마비가 풀리거나, 옴짝달싹 하지 못했던 근육이나 골절을 움직일 수 있거나, 막혀 있던 말문이 트이거나, 수일 동안 보지 못하던 변이 풀리거나, 체기로 인하여 정체된 위장이 움직이는 것 등이다. 주로 병의 경과가 급성이거나 발생한 지 얼마 안된 경우에는 그만큼 침의 적응 증이 많고 효과 또한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을 때가 많다.

뜸을 표현하는 한자어인 구(灸)는 오랠 구(久와 불화(火)의 합성어이다. 그만큼 약한 불을 오랫동안 신체에 적응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뜸이란 상당기간 동안 뜨거운 열 자극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한약은 침과 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복잡하거나 오랜 치료치료기간을 요하는 병에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침과 뜸도 장기간 적용해야 할 경우도 있고 한약 또한 감기나 음식에 의한 체기(滯氣) 등 병에 따라서 짧은 기간에도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만성병이나 오래된 허손(虛損)을 물질적으로 보(補) 해주는 것에는 한약이 가장 대표적이며 침과 뜸을 병행해서 적용하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말은 작고 날카로운 침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체의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단순히 “무슨 병에는 어느 혈(穴)이 좋다”라는 전병전방식(專病專方式) 사고로 시술한다면 결국 병을 악화시키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 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뜸도 한의학의 주된 치료도구 중 하나로 몸을 덥혀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줄 수 있지만 결코 모든 병증에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반드시 체질과 증상에 맞게 써야 한다.

인체는 간단한 기계가 아니라 작은 우주(宇宙)에 비견된다. 그만큼 복잡하며 온 몸의 장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번 진단된 병명과 전형적으로 나타난 증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몸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진단에 따라 치료방법도 변경할 수 있다. 침과 뜸 그리고 한약은 면허한의사가 처방할 때만 안전하고 그 효과와 가치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