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 미친병 전광증(癲狂症)이란?

한의학에서 실없이 웃는 미친병이라고 불리는 전광증(癲狂症)은 오늘날의 정신병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질병분류의 기준을 내면적인 정신변화에 두지 않고 외형적인 증상만 가지고 분류한 한의학에서는 같은 정신병이라도 그 증상이 양적(陽的)이며 광란이 심한 것은 광증(狂症)이라 하고 음적(陰的)이며 정적(靜的)인 것은 전증(癲症)이라고 한다.

광증의 광(狂)은 잠을 잘 안자고, 잘 먹지도 않고, 자신이 고귀한 듯 말하며, 허황한 말을 하고 상대방에 말을 가려 할 줄 모르고, 욕설을 하기도 하고, 옷을 단정히 입지도 않고, 활동이 많아지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하는 증상이다. 정신분열 병의 긴장형과 조울병의 조기상태에 해당한다. 보다 동적이고 양적인 증상이다.

이에 반해 전증의 전(癲)은 가만이 누워서 한곳만 응시하거나 언어에 일관성이 없고 언어내용에도 윤리성이 결여된 증상으로 정신분열 병의 파과형 이나 망상형 또는 조울병의 울(鬱) 상태에 해당된다. 보다 정적이고 음적인 증상이다.

전증은 학자에 따라 사수(邪祟), 화전(花癲), 심풍(心風), 치매(痴呆)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발병하면 마음이 침울해지며 평소와 언행이 달라진다. 때로는 졸도하기도 하고 어지러움 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말을 잘하던 사람이 말하길 싫어한다. 반대로 말이 별로 없던 사람이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또한 정신상태도 이상을 가져와 바보스러워진다.

이병은 유전적인 소인(素因)과 심혈부족(心血不足) 및 정서의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발생한다. 결국 자기의 뜻을 이루지 못한 실의와 좌절감 등에서 오는 일종의 정신이상과 간질의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수(邪祟)는 망령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심하면 평생에 보고 듣지도 못한 것을 마치 보고나 들은 것처럼 얘기한다. 이는 기혈(氣血)이 극도로 허약해지거나 담화(痰火)가 아주 성해서 정신이 혼란해져 오는 것이다. 증상은 때로는 노래를 부르고, 울기도 하며, 또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든가 공연히 웃기도 한다.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누우며 잠을 자던가 대변이나 더러운 것을 태연히 먹기도 한다.

나체로 방황하기도 하며 함부로 욕설을 내 뱉는다. 말에 두서가 없고, 잘 놀라고 두려워한다. 침울해져 슬피 울며, 잠을 자다 꿈에서 놀란 듯 자주 깨기도 한다. 항상 망상이나 환각에 사로잡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므로 마치 귀신과 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병자는 때로는 추워하고 때로는 열이 나는 한열(寒熱)의 교차가 심하며 복부가 평만하며 숨결이 짧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