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 가을철 보약(補藥)

저장의 시기인 가을에 충분한 영양분과 보약을 섭취하라는 말은 상식으로 우리가 늘 하는 얘기다. 인체의 생명력을 보강하고 자연치유 능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약이란 그 글자가 뜻하듯이 생체 기능의 부진을 보충 보강시키고 아울러 생체가 갖고 있는 능동적 자기 방위능력을 높여주는 약들을 말한다.

 

최고(最高)의 한의서인 “황제내경 ([黃帝內經)”에 ‘병에 걸린 다음 아무리 좋은 약을 주어도, 그것은 마치 목이 말라서 견딜 수 없게 된 연후에 우물을 파거나, 전쟁이 시작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는 글이 있다. 이 말은 의학의 궁극적 목적이 질병의 치료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예방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기(氣)와 혈(血), 무엇이 부족할까?

‘동의보감’에서 기(氣)는 각 조직 및 기관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생명활동을 충동하는 에너지이며,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방위력이고 대사를 통괄 조절하는 에너지라고 하였다. 그래서 기가 부족하면 자양력이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피로와 권태를 잘 느끼며, 말하기도 싫고 말을 해도 말에 힘이 없고 성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숨이 잘 차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며, 대변이 상쾌하지 못하다.

 

혈(血)이란 혈액뿐만 아니라 임파액과 조직액을 포함한 생리적 체약이다. 혈은 기의 작용에 도움을 받아 음식물의 진액으로부터 생성되어 전신을 순환하며, 끊임없이 영양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오장육부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혈의 순환으로 피부는 윤택해지며, 근육은 자양되어 튼튼해지고, 세포조직은 항상 신선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혈이 부족하면 안색이 누렇게 뜨고 입이 마르며 초췌해지고 어지러우며, 눈이 침침해지고 근육은 부들부들 떨리며, 피부는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보약의 기능은 무엇인가?

특정장기에 이상이 있거나, 허약하여 질병에 자주 걸리는 경우, 검사 상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불편할 때, 같은 질병을 반복해서 앓을 경우, 체중이 유난히 적게 나가는 경우, 피로를 자주 느끼는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 기와 혈을 보충하여 허약한 부분을 채워주고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는 경우에는 덜어주는 기능을 발휘한다.

 

보약의 복용시기는 언제인가?

질환이 없거나 몸이 쇠약해졌을 경우 계절에 관계없이 드는 것이 좋다. 그러나 보통 봄이나 가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는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몸이 성장하고 가을에는 모든 영양분을 뼈에 저장하여 체중이 증가한다고 보는 한의학의 원리에 의한 것이다. 성장과 저장의 시기인 봄과 가을에 충분한 영양분과 보약을 섭취하는 것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